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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미 - 족두리꽃시(詩)/손순미 2015. 8. 29. 12:03
기장읍 청강리에 족두리꽃이 산다
철길이 석쇠처럼 달아오른 그 곳에
상자같이 조그마한 집에 사는 사람이
슬며시 내놓은 화분에 산다
아내가 없는 사람이
아내 같은 족두리꽃을 심어두었다
가진 거라곤 몸뚱이 밖에 없는데
그는 온종일 밥도 안 먹고 엎드려 있다
한 마리 생선처럼 엎드려 있다
족두리꽃 향기가 그 안을 기웃거린다
샹데리아 같은 족두리꽃이
화려한 족두리를 쓴 연분홍 향기가
아내처럼 사내 품 속을 파고든다
고통의 시간을 수없이 건너온 그들이
서로가 서로의 품 속을 파고들며 운다
우리 다시는 태어나지 말자, 태어나지 말자
(그림 : 진상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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