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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미 - 시월역(驛)시(詩)/손순미 2016. 10. 15. 01:50
지네처럼 스르륵 기차가 오네
수수밭머리 새떼들 북천(北天)의 바다를 저어가고
벤치의 늙은이 지친 얼굴에 수고했다 수고했다
석양이 햇빛연고를 따뜻하게 발라주는 가을,
당신은 보이지 않고
우물쭈물 안경을 떨어뜨리는 사이 기차는 떠났네
돌아올 것이다 돌아올 것이다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는 망상의 정거장,
나는 그 적막을 지근지근 밟으며
무슨 슬픈 꿈처럼 역사(驛舍)를 떠나지 못하네
(그림 : 김태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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