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순미 - 페인트공시(詩)/손순미 2015. 5. 2. 11:36
그의 거주지는 늘 허공이었다
그는 종일 허공의 벽을 타고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허공에서만 전시되었다
지상의 사람들은 그 허공을 정원이라 여기며
그에게 팽팽한 밧줄을 던졌다
그의 정원은 위작이거나 모작이었다
그의 부리가 닿을 때마다 꽃들은 있는 힘을 다해 붉어졌다
정원은 완전한 봄이 되었다
지상의 사람들이 완성된 정원을 보고 박수를 쳤다
허공에 태어난 정원은 잎이 지지 않고
꽃이 시들지 않는 지루한 기쁨으로 가득 찼다
무거운 날개를 열고 그가 잠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림 : 송준일 화백)
'시(詩) > 손순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순미 - 수국꽃 (0) 2015.05.02 손순미 - 청사포 사진관 (0) 2015.05.02 손순미 - 저녁의 환(幻) (0) 2015.04.30 손순미 - 미포에게 (0) 2015.04.30 손순미 - 자갈치 밥 먹으러 가자 (0) 201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