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순미 - 미포에게시(詩)/손순미 2015. 4. 30. 21:39
낮별이 떴을 것이다
달맞이 꽃이 피었을 것이다
파도와 바람이 벽돌을 들고 날뛰는 소리 들릴 것이다
기차가 긴 허리를 비틀며 뭐라 고함치며 지나가던 시절, 비틀어 보았을 것이다
그 때 떠나가는 남자에게 욕을 하던 여자도 추억에 벌금을 내고 있을 것이다
생선국 냄새가 좋은 식당에 누가 모여 있을 것이다
간밤에 배를 타고 나간 김씨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어둡게 밥 먹을 것이다
포구에 엎드린 딱정벌레 배들, 잠잠 시무룩 할 것이다
은퇴한 해녀가 일구는 텃밭은 뜨거울 것이다
물조루에 쏟아지는 것은 물이 아니라 불일 것이다
사라진 집들과 기둥들은 그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것이다를 밀고 미포는 자꾸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다
미포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1015-9 해운대해수욕장 옆 포구
(그림 : 조세현 화백)
'시(詩) > 손순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순미 - 페인트공 (0) 2015.05.02 손순미 - 저녁의 환(幻) (0) 2015.04.30 손순미 - 자갈치 밥 먹으러 가자 (0) 2015.04.30 손순미 - 바닷가 마지막 집 (0) 2015.02.23 손순미 - 벚꽃 여자 (0) 201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