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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미 - 벚꽃 여자시(詩)/손순미 2015. 2. 17. 14:31
한 토막 평상에
엉덩이를 찍고 앉은 김씨
아코디언을 켠다
김씨의 세월이 그곳으로 다 몰려간 듯
아코디언은 주름진 몸을 펼쳤다 접었다
줄까 말까 배배 꼬는 여자처럼
풍만한 비애의 소리를 꺾어가는 중이다
봄이라는 게 처음부터 가려고 온 거지
캬! 소주처럼 차고 뜨거운 저 벚꽃 아래
한번쯤 강제로 눕혀보는 추억 같은 것!
벚꽃이 지려고 벚꽃이 피고
여자가 가려고 여자가 오고
당최 벚꽃이란 게 여자란 게
벚꽃은 잠깐 태어나 오래 죽어
아름다움을 괴롭히고 슬픔을 누리다 가고
아코디언 저 혼자 밤을 건너가는 소리
하! 오늘 벚꽃이 저리 분분하게 피어
어쩐지 그동안 지은 죄 탈탈 털어놓고 싶어
오지랖 떨어보지만
더럽게 깨끗한 척하는 저 벚꽃이란 여자
한꺼번에 그 색 다 써버려
허탈한 저 여자
너무 쉬운 저 여자
너무 뜨거운 저 여자
(그림 : 정서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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