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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미 - 바닷가 마지막 집시(詩)/손순미 2015. 2. 23. 17:38
햇살이 꼬들하다
무거운 고요가 더러운 개 한 마리를 끌고 다니는 정오
빨간 다라이에 핀 접시꽃이나 본다
채반에 널린 납세미나 본다
상자같이 허술한 집에 건들건들 한 채의 배를 타고 앉은듯
달포째 저렇게 잠겨있는 사내,
이런 개…,
설핏한 나이에 죄다 욕으로 마시는 소주를 뭐라 말할까
모든 걸 다 떨어먹고 여기까지 와서
생이 이렇게 요약될 줄 몰랐다
그래 어쩔래, 나 이제 고집 센 쉰이다
창문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
사내를 닮은 집도 말이 없다
그 둘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동안
사내는 선창가나 한 바퀴 돌까 말까
천막횟집에 상추쌈을 싸주느라 난리도 아닌 커플이
입이 찢어져라 좋아 죽는다
확, 불이라도 싸지르고 싶은 저녁이라면 어쩔 것이냐고,
파도 소리 귀에 고이도록
한 척의 사내 기우뚱, 서럽다
(그림 : 허용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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