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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 스위치백시(詩)/시(詩) 2015. 4. 29. 22:57
반백의 사내가 뒤로 걷고 있다
세상은 이미 뒤로 걸을 만큼 만만하다는 걸까
태백선 통리와 도계를 넘나드는 기차처럼
두 팔을 휘저어 크랭크 돌리며
빡꾸를 하고 있다
군말 없이 따라온 부르튼 발자국 때문일까
발부리에 차이는 돌부리 때문일까
제 몸뚱이로 밟아 온 헐거워진 발자국
그 발자국에 꾹꾹 눈길 쥐어박으며
지그재그 뒷걸음치고 있다
쉰에서 마흔쯤 한 세월 되돌리고 싶은
저 뒷걸음질
새 발자국처럼 화살표 뒤로 찍고 있다
흐물흐물한 허벅지에 안간힘을 넣고 있다
뒤로 걷는 반백의 사내가
뒷걸음치며 앞으로 가고 있다
행여 되돌아가는 길 걸려 넘어질세라
함부로 찍어온 제 발자국 거둬들이며
쉰에서 예순으로 가고 있다
스위치백 : 태백선 통리와 도계 구간에서 4분쯤 기차가 뒤로 간다. 높은 산을 한 번에 넘을 수 없어 지그재그로 산을 넘어간다.(그림 : 양성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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