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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 겨울바다에 가려거든시(詩)/시(詩) 2015. 5. 3. 18:06
겨울바다에 가려거든
바람 부는 날 가십시다
사랑도 불처럼 뜨거운 것이라야
가슴 데이듯
하얗게 이빨 드러내놓고
미친 소리로 외쳐대며 퍽퍽
까무러치는 모습
보아야 할 거 아니오
바다와 툭 터놓은 이야기 한 판
끝나거든 가슴 헤쳐 놓고
사랑 한 알
미움 한 알
소주잔에 타서 마십시다
생애 굽이굽이 꿈틀거리는
접시 위 낙지의
비애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고무다라 위 좌판 벌여놓은
석화같이 버짐 핀 아낙의 매운 삶을
엿보거나 그렇게
사랑도 미움도
갈팡진 우리의 내일도
소주 한 잔에 섞어 마시고 오십시다
겨울바다에 가려거든 부디
바다가 요동하는 날 가십시다
(그림 : 박해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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