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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 빈 들판시(詩)/시(詩) 2015. 4. 29. 22:52
단위농협에 갑니다
잠뱅이 걷어붙이고 이슬 차던 그 길입니다
구시렁거리던 참새 떼도 사라졌네요
타타타타 콤바인 툴툴거리던 들판
허수아비 모르게 대출금 갚으러 갑니다
빈들을 질러 온 바람이 우우우
우황 든 소처럼 웁니다
터벅터벅 단위농협에 갑니다
발자국 소리에 송사리 떼 소스라칩니다
하늘이 유난히 시푸르네요
된서리에 고욤이 익어 갑니다
우물거리던 자잘한 생각들
가슴 속 먹먹하네요
코스모스 한들거리던 들길로 부러 돌아갑니다
씨앗 다 내려놓고 벌써 꽃잎으로 묻었군요
타박타박 단위농협에 갑니다
돌아와 저녁나절엔 남은 보리갈이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무국 달큰할 것 같은 저녁밥상에
두런두런 마주앉겠습니다(그림 : 최광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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