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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 - 그랬으면 좋겠네시(詩)/시(詩) 2015. 4. 20. 14:06
애인이 빨리 늙어 소처럼 느리고 순해지면 좋겠네
빨리 늙은 애인이 느지막이 일어나 찬 없는 밥을 우물우물 먹고 나서
산수유 꽃 피었드만, 그거나 보러 가지, 그랬으면 좋겠네
사람구경도 참 쏠쏠하구먼, 천천히 걷지 뭐, 그랬으면 좋겠네
강 언덕에 시름도 없이 앉아서는 노을빛이 퍽 곱구먼, 그랬으면 좋겠네
주름진 내 손을 슬쩍 당기며 거 참, 달빛 한번 은근하네, 그랬으면 좋겠네
애인이 빨리 늙어 꾀병 같은 몸사랑은 그만두고 마음사랑이나 한껏 했으면 좋겠네
산수유 그늘 아래 누워 서로의 흰 머리칼이나 뽑아주면 좋겠네
성근 머리칼에 풀꽃송이 두엇 꽂아놓고 킥킥거렸으면 좋겠네
빨리 늙은 애인이 허허 웃으며 주름진 이마나 긁적거리면 좋겠네
아직두 철부지 소녀 같다고 거짓 농이나 던져주면 좋겠네
한세상 흐릿흐릿 늙어 가는 게 싫지는 않냐 물으면 흥, 흥, 콧방귀나 뀌었으면 좋겠네
(그림 : 박미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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