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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 - 행복 한평시(詩)/시(詩) 2015. 4. 20. 14:03
오두막 하나 짓고
채송화며 맨드라미 봉숭아 몇 뿌리 꽂을 땅과
작은 텃밭 몇 이랑 살만큼이면 족하네
그만큼만 넉넉해지면 좋겠네
그때쯤 혹 내 몫의 땅 한 평 남아있지 않으면
그저 하늘이나 사지
별무늬 총총한 밤하늘이 좋겠네
누룽지 끓여 한사발 후룩 먹어 치우고
누렁이 똥이나 치워주고 나서
둘레둘레 인기척 없으면
쌈짓돈 넣어둔 항아리나 열어 보겠네
물간 고등어 같은 비릿한 돈을 세어
하늘은 몇 평이나 살 수 있는지
별 모종은 몇 개나 얻을 수 있는지
침 발라 헤아리며 밤을 보내겠네
어떤 날은 하나님이 덤도 주시리라
비 오는 그런 밤에는 별 모종이 다 떨어졌다며
한 평쯤 덤을 주실지도 모르네
마당만큼만, 텃밭만큼만
딱 고만큼만 밤하늘을 사서 밤새 아기 별을 심겠네
그러면 나는 온밤 내내 행복하겠네.(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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