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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옥수수를 파는 여자시(詩)/이준관 2015. 4. 12. 18:33
저 여자가 파는 옥수수를 사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저 여자의 발가락 같은 밭고랑에 씨를 뿌려
그녀의 마른 젖꼭지를 물려 키운 옥수수.
그 옥수수에 박힌 굵은 소나기와
그녀의 넓은 어깨의 싱싱한 노동을.
저 여자의 생의 열기처럼
뜨거운 김이 훅 얼굴에 끼얹어오는
그녀의 밥솥에서 쪄낸 옥수수.
그 옥수수를
아직 아무 것도 깨물지 않은 젖니 같은 첫 이빨로
와락 깨물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저 여자의 옥수수밭처럼
넓게 펼쳐 놓은 치마폭에 놓인 옥수수 좌판.
그녀는 목에 두른 목수건으로
건강한 땀방울을 닦아내고,
나도 그녀의 목수건으로 연신 땀방울을 닦아내며
그녀가 파는 옥수수를 먹고 싶어지는 것이었다.(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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