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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단풍 든다시(詩)/이준관 2015. 4. 12. 18:36
단풍 든다.
붉은 단풍, 붉나무, 신나무, 담쟁이덩굴......
단풍 든다.
솔잣새 잣잎 쪼으며 울던 고갯재 너머,
칡뿌리 캐어 먹고 사는 산울림.
읍내에서 사온 치마를
햇빛에 비춰보며 눈웃음 웃는 산골 처녀,
잇꽃으로 물들인 연지빛 연정,
멧새가 그만 엿보아버렸는가.
짜르르르 멧새 소리 온 숲에 자지러진다.
들국화 꽃잎 따서 맑은 산그늘에 말려
베개 속에 넣어두고, 처녀야,
겨울 흰 눈 속에 청미래 덩굴 열매로 붉게 맺혀 있거라.
큰 통나무 패서 만든 통나무 김칫독의
배추김치 맛으로 새콤하게 익어 있거라.
단풍 든다.
이 산 저 산 산울림 날아다니며
단풍 든다.
오늘 저녁 죽 끓일 땐 물 한 대접 더 붓고 끓여
문기둥 와서 비치는 청명한 별에게
한 대접만 떠주어라.'시(詩) > 이준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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