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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시(詩)/이준관 2015. 4. 12. 18:39
내사 싫소, 싫소.
내 눈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쏟아버리고
떠나기는 싫소.
보고 싶을 때면 몰래 끄집어내
옹배기 물에 비춰보던 山을
이내 두고 떠나기는 싫소.
콩고물처럼 고물고물 손에 묻히던
이 햇빛들이 나는 좋다우.
그 중 가장 맑은 햇빛 속에서
어서 와, 어서 와, 보채며 나를 부르던
소시적 당신 목소리의 젊은 허리가 나는 좋다우.
내가 죽으면
햇빛으로 건, 바람으로건
당신의 귀뿌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지만,
내사 싫소, 싫소.
이빨과 이빨이 부딪치며 마구 떨리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옹배기 :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쩍 벌어진 아주 작은 질그릇.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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