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관 - 가족, 가을 나들이시(詩)/이준관 2015. 4. 12. 18:32
교외선 기차에서 내린 딸은
코스모스꽃을 향해 달려간다.
코스모스꽃의 허리를 가진 딸은
꿀벌의 물빛 날갯짓에도 흔들린다.
아들은 염소처럼 매해해 운다.
염소의 선량한 뿔이 되고 싶다는 아들.
그 뿔에 들꽃이 걸린다.
하늘빛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아내는
낯선 집 장독대에 핀 맨드라미를 보고
마당이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장독대 위 낮달의 손톱에,
여름에 물들인 봉숭아꽃물이
아직도 엷게 남아 있다.
길가에 알밤이 떨어져 있다.
아들은 알밤을 주우며
이 알밤도 우리 가족이야, 하고 말한다.
저 가을 하늘 울타리가 파랗다.(그림 : 설종보 화백)
'시(詩) > 이준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준관 - 오이꽃 피다 (0) 2015.04.12 이준관 - 옥수수를 파는 여자 (0) 2015.04.12 이준관 - 만경강 하구 (0) 2015.04.12 이준관 - 허리를 굽혀 (0) 2015.04.12 이준관 -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가을 (0) 201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