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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영 - 겨울 백양사에서시(詩)/나종영 2015. 2. 11. 23:26
어느 겨울날에
나는 한 마리 버들치이었거나
얼음장 밑에서 지느러미를 흔드는
눈 맑은 빙어(氷魚)라도 되겠지
붉은 잎 다 떨어진 단풍나무 아래에서
게송을 외우는 나무물고기가 되어 있겠지
찬바람 불고 느티나무 잎사귀 다 지고 난 후
그리운 사람이 오지 않는다 해도
사랑 그 아픈 이름이 멀어진다 해도
물 위에 내리는 눈송이에 손 흔드는 물풀이 되겠지
한 마리 버들치도 빙어의 지느러미도 없는 저녁
차마 눕지 못한 풀이 되어
그대에게 가는 풍경(風磬) 소리가 되네
산새가 물고 가는 허공의 풍경 소리,
그 너머 스러지는 은빛 물비늘이 되겠네
어느 겨울날 나는 한 마리 버들치이었거나
마른나무 가지에서 기도하는 물고기가 되리
눈 내리는 겨울 백양사
징검다리 건너 길 떠나가는 나그네의 발자국이 되리
그대 등 뒤에 비추는 한 올 햇살이 되리
백양사 :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호남불교의 요람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이며 5대 총림 중 한 곳인 백양사는 백두대간이 남으로 치달려와 남원, 순창 일대를 거쳐 장성 지역으로 뻗어 내려온
노령산맥의 백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그림 : 홍성모 화백 -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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