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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종영 - 풍경에 대하여
    시(詩)/나종영 2015. 2. 11. 10:47



    풍선에 바람이 빠진다면 풍선이 아니다
    나는 어렸을 적에 바람이 팽팽한 풍선을
    하루내 가지고 놀다가
    하늘에 날려보냈다 그 순간 손끝에서 살아난 어떤 떨림이
    지금껏 풍선의 이름으로 가슴에 새겨져 있다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바닷가 풍경도
    나와 풍경 사이에,
    물비늘 반짝이는 개펄과 널배를 밀고 가는 아낙과
    죽방염(竹防簾)에 갇혀 있는 은빛 멸치떼들 사이에
    숨이 끊어질 듯한 긴장감이 없다면 그것은 한낱
    차창을 스치고 가는 간이역의 풍경일 뿐,
     
    방금 고깃바구니를 이고 내 곁을 지나간 꼬부랑 할머니의 삶이
    궁벽하고 쓸쓸한 이 바닷가까지 힘껏 자전거를 타고 와
    희망의 편지를 전하여주는 우편배달부의 삶이
    바닷가 산비탈 황토밭에서 불타고 있는 누런 보릿대의 흐느낌이
    곧 나의 삶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나는 한낱 바람 빠진 풍선일 뿐,
     
    나는 오늘 붉은 노을이 눈부신 달천리 바닷가에 와서
    풍선 하나를 가슴에 안고 간다 그것은 내가 여닐곱 살 무렵
    하늘로 날려보낸 바람이 빵빵한 풍경이다
    내 안과 내 바깥을 휘돌며 생명의 숨결로 가득찬
    풍선 같은 꿈 하나,
    오늘밤 나는 너를 위해 밤새워 시 한 편을 쓸 수 있으리.

    죽방렴(竹防簾) :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업.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하며, 조선시대에는 방전으로 불렀다.

    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옛날부터 사용되던 것으로, 지방에 따라 날개 그물의 규모나 원통의 모양 등이 여러 가지다.

    1469년(예종1년)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편>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전통은 경상남도 남해군 지족해협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족해협은 남해군의 창선도와 남해읍이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곳으로 물길이 좁고 물살이 빨라 어구를 설치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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