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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영 - 뒤란의 풍경시(詩)/나종영 2014. 9. 13. 01:38
대숲 바람 소리 대청마루를 건너오고
후박나무가 수런거리는
뒤란에 가면 부추꽃 향기가 너울거렸다
부추꽃 향기는 늘 아픈 회억을 불러오고
시간이 물구나무서듯 장독대 항아리엔
어머니 흰 버선코가 거꾸로 걸려 있다
후박나무 수런거리는 바람의 소요(逍遙),
섬돌 아래 땅강아지 우는 소리에 잠이 깰 즈음이면
낮달이 자분자분 골목 어귀까지 다가와
깊고 오랜 우물에 두레박을 내렸다
오래오래 우물을 들여다보다
어머니 쌀을 씻어 밥물이 내려앉을 때면
토란 이파리에선 또롱또롱 찬 이슬이 굴렀다
대청마루 지나 누룩 냄새 퍼지는 뒤란에 가면
어둔 산 고개 넘어 쫓겨 간 한 사내가
별이 되어 그믐 강물에 떠올랐다는 소문이
돌담 밑 담쟁이 그늘에 돌돌 엉켜 있었다.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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