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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미 - 봄밤
    시(詩)/김상미 2015. 1. 5. 23:38

                          

    어느날 밤 나는 담배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네
    시 변두리처럼 한적한 밤 친구조차 서로를 비껴가는 밤
    혼자서 쓸쓸히 나이테 감으며 휘파람 베어무는 밤


    나는 한라산 한 갑을 샀네 이 나라의 하릴없는 음력과
    양력 사이에서 한라산, 그 공허한 장초에 불을 붙였네
    심연의 봄밤은 연기보다 짙어 눈 앞에 아련한 별똥별들
    내 미래의 문 앞으로 자꾸만 떨어져 왔네

    어느날 밤 배운 담배맛, 내 주제는 내가 다스려야 한다는
    촌장 같은 담배맛, 그 백년지객 내 미늘창 안으로 끌어들이며
    그때 난 알았네 이 지독한 정령의 독초 속에서 들끓는
    내 비애를. 아무리 봄소식 그득하여도 꽃피울 줄 몰라
    밤새도록 꽃나무 그림자 아래 그냥 누워만 있을 내 봄밤을.

    (그림 : 박종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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