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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미 - 겨울 이야기
    시(詩)/김상미 2015. 1. 5. 18:01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문 열고 있었다
    문 밖 짧은 해거름에 주저앉아 햇빛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북향,
    쓸쓸한 그 바람소리 듣고 있었다

     

    어떤 누구와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 때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는 창
    나뭇잎 다 떨어진 그 소리 듣고 있었다

     

    세상 모든 추운 것들이 추운 것들끼리 서로 모여
    내 핏속 추운 것들에게로 다가와
    똑 똑 똑
    생의 뒷면으로 가는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있었다

     

    물결치는 겨울 긴 나이테에 휘감긴 울창한
    숲 향기와 지저귀는 새소리와
    무두무미한 생의 입김들이
    다시 돌아올 봄 문턱에다 등불 환히
    켜는 소리 듣고 있었다

     

    마치 먼 길 혼자 달려온 천 년 전 겨울
    천천히 가슴으로 녹이는 것처럼
    내 몸 안의 겨울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에 실려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기억 속으로
    스며드는 소리 듣고 있었다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그림 : 김종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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