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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선술집이순 넘은 주모가
옆구리 터진 고무다라에
분꽃을 심는다
행여 동네 개구쟁이들 손 탈까
찢어진 모기장으로 망을 치고
아침저녁 물주며 쓰다듬는다
흘러온 만큼 술을 파는지
생인손 같이 아파오는
탱탱한 처녀시절
겹겹이 주름진 발자국마다
안주가 되고 술이 되어
흘러온 추억이 푸르게 살아난다
취해서 살았던 길목마다
소리치고 싶은 가슴앓이
빨강, 노랑, 분홍꽃으로 피어나고
까맣게 씨알로 맺힌다
다 떠나버린 텅 빈 품안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선술집에도
무성한 분꽃 속에
꼭꼭 박힌 씨알 속에
뽀얀 살결이 살아있다
(그림 : 이현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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