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시간 담임선생님의 숙제 질문에 병채는
<씨팔!>이라고 대답했다 하네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으나
<씨팔! 확실한 기라예!>
병채는 다시 한 번 씩씩하게 답했다 하네
처녀인 담임선생님은 순간 몹시 당황했겠지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병채의 숙제는
봉숭아 씨앗을 살펴보고 씨앗수를 알아 가는 것
착실하게 자연공부를 하고
공책에 <씨8>이라 적어간 답을 녀석은
자랑스럽게 큰 소리로 말한 것뿐이라 하네
세상의 질문에 나는 언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을 외쳐본 적 있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같은
삶이 나를 보고 씨팔! 씨팔! 지나가네(그림 : 이현섭 화백)
'시(詩) > 배한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한봉 - 빈 곳 (0) 2015.01.15 배한봉 -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0) 2014.11.18 배한봉 -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0) 2014.09.08 배한봉 - 나물 삑까리 (0) 2014.08.26 배한봉 - 나뭇잎 꽃게 (0) 20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