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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시(詩)/배한봉 2014. 9. 8. 14:04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뚝, 뚝, 그 소리는 새벽까지 내 잠을 두드렸고
나는 어서 잠들기만을 원했습니다.
물방울소리를 더 견디지 못한 잠은 바늘처럼 뾰족해졌고
나는 비닐로 수도의 입을 묶어버렸지요.
그러나 혼몽한 가운데서도 내가 물을 따라간 것인지
물이 내 의식 속으로 스며든 것인지
나중에는 사방이 물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흐르겠다는 물을 막는다고 해서 멈추겠어요?
잘못은 내게도 있었던 것입니다.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는 물의 괴로움을 탓했던 것이
내 괴로움의 원인이었지요.
노래하겠다는 새의 부리를 봉해버린 것처럼.(그림 : 강민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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