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봉 - 나뭇잎 꽃게시(詩)/배한봉 2014. 7. 19. 21:21
가을이면 나무는
동물성을 가진다
꾸물꾸물 바글바글 나무마다 지천인 꽃게
햇빛이 잘 익혀놓은 나뭇잎 꽃게
저것 봐라, 저도 애타는 한 생각이 불타오를 때는
팔랑팔랑 공중을 날아
하늘을 바다로, 구름을 은신처 모래펄로 삼는다
그러다가 땅에 내려와 기어 다닌다
바스락거리며 소소바람 파도에 몸 뒤집으며
붉은 영혼을 흘리는 식물성 꽃게
소녀들은 책갈피에
꽃게를 끼워두었다가
어른이 되면 추억이라는 꽃게해물탕을 끓여먹는다지
아프고 슬픈 날
그 나무 아래 묻어둔 편지를 꺼내 읽으며
처녀 때의 감성을 게살처럼 발라먹는다지
이쁜 집게발에 물리고 싶어 내가 쫓아다니던
꽃게는 어디 갔을까
한숨을 포옥 내쉬는 산국화 노란 꽃그늘
시린 밤 오기 전에
뜨겁고 붉은 생각을 새겨야겠다는 듯 분주하게
창천 바다에 뛰어드는 꽃게
워즈런즈러니 내 심장을 뜯어먹는 가을 꽃게워즈런즈러니(부사) : 울긋불긋. 매우 요란스럽게. 화려하게
(그림 : 오유화 화백)
'시(詩) > 배한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한봉 -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0) 2014.09.08 배한봉 - 나물 삑까리 (0) 2014.08.26 배한봉 - 그늘을 가진 사람 (0) 2014.07.12 배한봉 - 버들피리 (0) 2014.07.12 배한봉 - 전지(剪枝) (0) 201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