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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나물 삑까리시(詩)/배한봉 2014. 8. 26. 00:50
우리 과수원에는 풀이 없다
나물 삑까리다
꼬사리, 정구지, 둘훕, 치나물
음지 양지, 천지 삑까리로 쌔빌맀다
지난주엔 쑥털털이를 쪄먹었고
어젠 씬냉이 나물을 무쳐 먹었다
나 귀가한 뒤 토끼도 봄나물 생각나 다녀갔는지
나생이밭에 동글동글 까만 똥이 깔렸다
봄날엔 나도 토끼도
반찬 걱정은 없다
오늘은 나생이국 대신 돈냉이 쪼리개
개울가 첫물 머구 몇 장이면 쌈밥도 거뜬하지
밥맛 타령하던 옆집 김씨 위해
달롱개도 한 줌
지는 해가 금싸라기 뿌려놓아
겨울초꽃들 더 노랗게 자지러지는 과수원
꽃밥 비법 알려준 미식가도 있지만
제비꽃 민들레, 그 어여쁜 꽃만은 차마 따지 못했다
나는 지금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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