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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시(詩)/배한봉 2014. 11. 18. 22:37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
가을 보름달 뜨면 친구여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보세
휘영청 쌓이는 달빛도 달빛이지만,
밤 기러기 찬 하늘에 걸리듯
한 개 섬이어서 외로운 우리 삶
강바닥 물살 지는 은모래 마냥
훤히 드러나게 가슴 펴고 앉아보세
그 자리, 햇콩 갈아 무쇠솥에 끓여 만든
손두부 몇 모, 동동주 몇 잔이면
세상도 다 허심탄회해질 것이니,
토종 콩 맛 같은 우리 우정
젓가락 부딪치며 낄낄거려나 보세
남보다 앞서겠다고, 잘 살아 보겠다고
엎어지고 부딪치며 살아온 우리
가을볕에 콩 껍질 터지듯
오늘은 파안대소, 시간을 잊어보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벗을 가진 사람
여보게 우리, 관중·포숙도 부럽잖게
가을 보름달 만큼만 굴러 가보세(그림 : 김영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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