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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아줌마'라는 말은시(詩)/김영남 2014. 10. 8. 22:38
일단 무겁고 뚱뚱하게 들린다.
아무 옷이나 색깔에도 잘 어울리고
치마에 밥풀이 묻어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낯설어하지만
골목에서 아이들이 '아줌마'하고 부르면
낯익은 얼굴이 뒤돌아본다. 그런 얼굴들이
매일매일 시장, 식당, 미장원에서 부산히 움직이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짓는다.
그렇다고 그 얼굴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함부로 다루면 요즘에는 집을 팽 나가버린다.
나갔다하면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이 된다.
유도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진 못하겠지만
뭉툭한 모습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이웃 아저씨도 그걸 드럼통으로 여기고 두드렸다가
집이 완전히 날아 가버린 적 있다.
우리 집에서도 아버지가 고렇게 두드린 적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한번도 터지지 않았다.
아무리 두들겨도 이 세상까지 모두 흡수해 버리는
표용력 큰 불발탄이었다, 나의 어머니는.(그림 : 구병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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