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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가다 보면
혼자 건너지 못할 개울 만나고
둘 힘 합해야 기어오를 수 있는 바위 만나네.
그런 길에는
서로 아름다운 손을 남기면서 가야 하네.
나는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그 손 한번 훌륭하게 남기지 못했네.
산길을 밝히는 도라지꽃 한번 되지 못했네.
남은 길에는 누구의 산새라도 되어주어야 하는 걸까?
먼 길 비 오고 안개 끼어
앞길 보이지 않네.
길을 가로막고 있는 저 바위도
젖은 몸 따뜻하게 갖다대니
비 그을 안식처가 되네.
내일은 평짓길을 가다가 다시
가파른 기슭을 만날지라도
이제 서로 그 절벽은 되지 마세.(그림 : 구병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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