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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초가집이 보인다시(詩)/김영남 2014. 10. 8. 22:34
그 집에는 문이 따로 없다.
그 집에 들어가려면
아무데나 밀면 되고, 또한
아무거나 잡아당기면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유별난 문이 따로 있는 것 같으면서도
출입문이 따로 없는 집.
야, 이런 집이 아직도 있을 수 있나?
지붕 위론 박넝쿨이 올라가고 있고,
울타리엔 개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집.
방에는 거미가 수없이 세들었지만
아직 향기로운 술독이 익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아랫목에까지 둥지를 틀어올 무렵이면
휘파람으로 달빛을 불러들이고
한 접시의 밤하늘을
술안주로 차려오는 집.
그를 열면, 그런 집이 보인다.(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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