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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가을이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시(詩)/김영남 2014. 10. 8. 22:42
이제 그만 툭툭 자리를 털고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가을이 문턱에서 가볍게 노크해 올 때.
대지는 한여름의 열을 뿜고
초록은 아직 꿈속을 헤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간에 우리는 벌떡 일어나
풀어논 생각들을 서둘러 거두어야 한다.
한결 부드럽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불어와 창(窓)들을 끝없이 열어놓고
대문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모든 것들이 새로운 출발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
들녘도 새로운 손님들을 마중나가는 시간,
이런 시간, 이런 지점에 갇혀 우리는
언제까지 취하여 있을 수는 없다.
다음 계절에 지각하기 전에
아쉬운 기억들이 옷깃을 잡아도 우리는
곤충처럼 눈을 부릅뜨고
등불을 하나씩 붙들고
깨어 있어야만 한다.
문턱 앞에는 벌써
한 송이 국화가
우리에게
가을을 온몸으로 던져오고 있다.(그림 : 김명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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