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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백열등을 위로해 주세요시(詩)/김영남 2014. 10. 8. 22:57
몇 병의 소주와 안주가 오가고
그의 앞날과 위로가 오가다가
이내 얼굴이 백열등처럼 달아오르면
그는 꼭 던진다, 그의 회사를
박살을 내야 속이 후련해질 컵처럼……
나는 그의 회사를 정중하게 받아놓고
나의 회사로 바꿔서 그에게 던진다
그러면 그는 또 어느새 시골로 내려가
그의 학창 시절, 아버지, 어머니……
고향까지 마구 찌그러뜨려서 던진다
난 잠시 고민하다가
찌그러진 그의 고향을 반듯하게 펴 응수한다
신통하다
이렇게 치열하게 던져도
절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가끔 포장마차에서 펼치는
그와 나의 투수전
오늘도 새벽 4시가 응원하러 나오고 우린 또
수천 와트의 백열등을 그 허름한 경기장에 매달아놓고
귀가한다 그는 따뜻한 남쪽으로, 난 싸늘한 북쪽으로.(그림 : 오상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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