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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푸른 밤의 여로시(詩)/김영남 2014. 11. 13. 19:56
-강진에서 마량까지
둥글다는 건 슬픈 거야.슬퍼서 둥글어지기도 하지만 저 보름달을 한번 품어보아라.
품고서 가을 한가운데 서 봐라.
푸른 밤을 푸르게 가야 한다는 건 또 얼마나 슬픈 거고
내가 나를 아름 답게 잠재워야 하는 모습이냐.
그동안 난 이런 밤의 옥수수 잎도, 옥수수 잎에 붙어 우는 한 마리의 풀벌레도 되지 못했구나.
여기에서 나는 어머니를 매단 저 둥근 사상과 함께 강진의 밤을 걷는다,
강진을 떠나 칠량을 거쳐 코스모스와 만조의 밤안개를 데리고 걷는다,
'무진기행'은 칠량의 전망대에 맡겨두고 내 부질없는 詩와 담뱃불만 데리고 걷는다.
걷다가 도요지 대구에서 추억의 손을 꺼내 보름달 같은 청자항아릴 하나 빚어
누구의 뜨락에 놓고 난 박처럼 푸른 눈을 욕심껏 떠본다.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 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
무진기행 : 안개 묘사가 환상적인 김승옥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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