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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얼었던 바퀴 자국 밀고 일어서는시(詩)/이준관 2014. 9. 24. 22:43
얼었던 바퀴 자국 밀고 일어서는 풀섶길,
그 풀섶길에 봄까치풀꽃 피었지요.
꿀벌들은 이쁜 사랑의 눈알을 꽁지에도 달고 날아 다니지요.
청둥오리는 푸른 연못을 낳아놓고 떠났답니다.
거미집이 하늘가에 풀어놓은 맑게 갠 날이 며칠째 계속되고
나는 오늘 새로 돋은 풀을 밟고,
해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 왔지요.
겨우내 그대 무릎 위에 놓인 뜨개질 실.
내 등솔기를 따뜻하게 내려쬐는 봄 햇볕은
그대가 짠 것일까요?
그대가 강 아래 떨어뜨린 머리빗에
머언 산골짜기 꽃들이 머리 빗기우려 찾아오겠지요.
그대가 치마에 후루루 쏟아놓은 한숨이, 이제는
꾀꼬리 노래 중 가장 고운 가락이 되어
우리들의 구름을 뚫고 솟겠지요.
김칫국에도 목이 메이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이 봄날.
앞산이 내 팔 안으로 안기어오다가 서운히 풀려나기도 하는 이 봄날.
들창에 벌써 제비 그림자 얼비치고,
아궁이 장작불이 톡톡 튀며 복사나무 가지에 옮겨붙습니다
그대여, 오실 양이면
젊은 산 하나 덥석 안아 강을 건네어 주는
그런 다리를 밟고 오소서.(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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