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풀잎을 사랑한다.
뿌리까지 뽑으려는 바람의 기세에도
눈썹 치켜 올리는
그 서릿발 같은 마음 하나로 참고 버티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빗물에 휩쓸려간 자국도 푸르게 메워내고
겨울에 얼어 죽는 부분도 입김을 불어넣고 뺨을 비벼주어
다시 푸르게 살려내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이면 이슬을 뿜어 올려
그 이슬 속을 새소리 왁자하게 밀려나오게 하고
착하디착한 햇빛을 받으러하늘로
올려보는 조그만 손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가만히 허리를 일으켜 세워주면
날아가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바람에 온 몸을 문질러 보는 초록빛 새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그림 : 신미란 화백)
'시(詩) > 이준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준관 - 여름 별자리 (0) 2015.04.12 이준관 - 비 (0) 2015.02.15 이준관 - 가을 떡갈나무 숲 (0) 2014.09.24 이준관 - 고구마를 캐는 사람과 만나다 (0) 2014.09.24 이준관 - 얼었던 바퀴 자국 밀고 일어서는 (0) 201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