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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절 풍경시(詩)/문효치 2014. 9. 23. 23:49
빈 마당엔
옷 벗은 백일홍나무
겨드랑이 밑으로 지나가는 세월이 갈지러워
용틀임하고 있다.
당간 꼭대기에 걸린
흰 구름 한 장
펄럭이다 헤어지고
졸음에 감기운 여승의 독경소리에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비스듬히 기대어 잠드는데
부처님은 긴 가부좌 헐고 법당에 나와
산죽 잎사귀에 배어
지위지지 안은 어젯밤 달빛에
눈맞추고 계신다.
대웅전 팔작지붕 위 동박새 한 마리
주문진 앞바다에서 막 걸어온
푸른 물감 하늘에 허부어 색칠하는데
행여 검은 그림자
이 평화 깨뜨릴까 두려워
나는 바삐 절문을 나선다(그림 : 조규석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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