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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효치 - 봉평의 달
    시(詩)/문효치 2014. 9. 23. 23:45

     



    달빛 위에 올라서서
    바람 한 조각 둥글게 오려
    꼿꼿한 대나무 막대로
    굴렁쇠 굴려
    그 맑디맑은 눈 속에
    풍덩 빠져드네
    나귀 등에 실려
    메밀꽃 서러운 색깔은 멀리 가고
    물오른 달만
    바지 속으로 스며드네.
      

     

    2.

    물은 등불 밑에서
    메밀꽃 같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밤나무 위에는
    거친 사내의 욕망이 비릿하게 피어나고

    물방앗간에 고여 술처럼 익어가던
    바람 서너 말
    이리로 뜨겁게 불어왔다.

    봉평의 달을 와락 끌어안고
    칙칙한 당근밭으로 뛰어들었다.  

     

    3.

    버덩말을 지나다가
    가로수에 걸려 있는
    달빛 하나 주웠다.

    구겨지긴 했지만
    돌 위에 올려놓고
    잘 펴서 손질하면

    그래, 허생원의 나귀 등에
    얹혀 가던 그 빛깔 다시 빛나

    냇가로 내려가
    찬물에 뽀득뽀득 씻었다.

    펴 놓고 편지를 썼다.
    그대는 '아픔'
    달콤한 '아픔'이라고.

    (그림 : 김동구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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