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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 그리운 주막(酒幕)시(詩)/박태일 2014. 9. 22. 23:52
1.
산그늘 하나 따라잡지 못하는 걸음이
느릿느릿 다가서는 거기,
주막 가까운 북망(北邙)에 닿아라.
동으로 머리 누이고 한 길 깊이로 다져지는 그대
도래솔 성긴 뿌리가 새음을 가리고
나직한 물소리 고막을 채워 흐른다.
입 안 가득 머금은 어둠은 차마 눌 주랴.
마른 명주 만장 동이고 비틀비틀 찾아가거니
흐린 잔술에 깨꽃더미처럼 흔들리는 백두(白頭).
그대의 하관(下棺)을 엿보는 마음이
울음을 따라 지칠 때,
고추짱아 고추짱아 한 마리 헤젓는 가을 하늘 저 끝.
2.
가랑가에 앉아서 노래 불렀다.
쉰소리 마른소리 다 모여서
가버린 사람을 노래 불렀다.
울울이 차 넘기는 바람 보릿대
까맣게 씨 털며 파꽃이 매워
이 산등 온통 한 무덤으로
가차이 가차이 닿이는 하늘.
빚진 사내 곱은 사내 섭섭한 사내
어허 달구 무릉 달구
어둠이 그물처럼 죄어들었다.
(그림 : 육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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