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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 선동(仙洞) 저수지시(詩)/박태일 2014. 9. 22. 23:25
선동은 푸른 동리
버들숲 푸른 물가로 물방개 빙빙 돌고
찔레꽂 골담초 사래 아래
의령 박가 내 사촌들 발을 씻는 곳발을 씻다 흘러가는 닭털을 건지고 우는 두돌나기 조카
저수지 안기슭에 지붕 올린 고모 작은아버지 볼우물 이쁜 작은엄마
선동 오르는 길 올랐다 물줄기로 떠돌면
이제는 고인 물 하얗게 물때 낀 사금파리
길을 이루어 물자새 새끼들 물가로 오르고
방기 당기 물수제비 잠기는 사이사이
강갈매기 발 접어 하늘 건너
어디로 가나 고여 지새는 일가(一家)
이냥 작아지는 무덤으로 차례 누워
베롱나무 베롱꽃 흩는 버릇을
어쩔까 아버지 마시던 물을 아들이 마시고
그 물에 고인 할아버지를 손자가 찰방이는 바닥
날개짓 요란하게 솟는 까마귀 한 마리
오후 내 선동 물가에 가서
꿈같이 한 세월이 다시 일가를 이루어
저들의 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점점이 햇살이 찍어내는 물살 뒤로 바라보며
내 아들과 이별한다.(그림 : 정봉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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