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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 먼 꽃밭시(詩)/송진권 2014. 9. 8. 15:39
해거름인디
어깨를 마른나무거치 구부린
강물이 가늘게 흘러가데
저편 강둑엔 꽃밭 거튼 놀 타는디
저 꽃밭 속에 어린 엄마가 있어
갈밭머리 지나는 바람거치
상금상금 발자국 떼어놓으며
한 움큼씩 꽃 꺾어 머리에 꽂고
땋머리 엄마가 가데
자그락자그락 조약돌 밟는 소리로
눈이 대꾼한 별들이 뜨고
물 위에 둥둥 뜬 달이
어린 엄마를 태우고
어디 어디 가자
어디 어디 가자고 어르시는디
저 꽃밭을 다 떠메고 물은 가는디
땋머리 엄마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디
먼 세상의 꽃밭은 엄마를 태우고
어디 어디로 가고
엄마는 나를 낳아놓고
한정없이 붉은 곳으로 가고
이켠에서 동동 구르며 불러도
엄마는 가고
(그림 : 이육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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