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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비지장 먹는 저녁시(詩)/송진권 2014. 9. 8. 15:33
순두부 빛 살구꽃 덩을덩을 엉긴 마당
돼지기름 미끈한 고깃집에 앉아
구쿰한 비지장을 먹는다
도야지 비계와 신김치가 들어간 비지장을
한 숟갈 퍼넣고 썩썩 비비면
간수 먹은 하늘에 뿌옇게 엉기는 별
장판이 타들어가게 불을 지핀 아랫목
비지장 띄우는 내
곱은 손을 호호 불어주던 사람도 가고
송아지에게 덕석을 입혀주던 이들도 갔지만
아직 무르던 발굽은 잊지 못한다
그 퀴퀴하다고만 할 수 없는
구쿰한 비지장 띄우는 냄새를
손님이야 있건 말건 꾸벅꾸벅 조는 사내를
뚱뚱한 여자는 쉰 목소리로 타박하다
개숫물을 행길에 함부로 뿌린다
비로소
고향이다
(그림 : 박영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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