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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진권 - 절 골
    시(詩)/송진권 2014. 9. 8. 15:15

     

     

    고종내미 갸가 큰딸 여우살이 시킬 때 엇송아지 쇠전에 넘기구

    정자옥서 술국에 탁배기까정 한잔 걸치고 나올 때는 벌써 하늘이 잔뜩 으덩그려졌더랴

    바람도 없는디 싸래기 눈이 풀풀 날리기 시작혔는디

    구장터 지나면서부터는 날비지 커튼 함박눈이 눈도 못 뜨게 퍼붓드라는구만

     

    금매 쇠물재 밑이까지 와서는 눈이 무픞꺼정 차고 술도 얼근히 오르고 날도 어두어져오는디

    희한하게 몸이 뭉근히 달아오르는디 기분이 참 묘하드라네

    술도 얼근허겄다 노래 한자락 사래질 꺼정 해가며 갔다네

    눈발은 점점 거치고 못뚝 얼음 갈라지는 소리만 떠르르하니 똑 귀신 우는 거거치 들리드라는구만

     

    그래 갔다네 시상이 왼통 허연디 가도 가도 거기여 아무리 용을 쓰고 가두 똑 그 자리란 밝고 뺑뺑이를 도는겨

    이러단 죽겄다 싶어 기를 쓰며 가는디두 똑 그 자리란 말여 설상가상으로 또 눈이 오는디

    자꾸만 졸리드랴 한걸음 띠다 꾸벅 이러면 안된다 안된다 하믄서두 졸았는디

     

    근디 말여 저수지 한가운디서 누가 자꾸 불러 보니께 웬 여자가 음석을 진수성찬으로 차려놓고 자꾸 불런단 말여

    너비아니 육포에 갖은 실과며 듣도 보지 못한 술냄새꺼정 그래 한걸음씩 들어 갔다네

    눈은 퍼붓는다 거기만 눈이 안 오구 훤하드랴

    시상에 그런 여자가 옶겄다 싶이 이쁘게 생긴 여자가 사래질하며 불런께 허발대신 갔다네

     

    똑 꿈속거치 둥둥 뜬 거 거치 싸목싸목 가는디 그 여자 있는 디 다 왔다 싶은디

    뒤에서 벼락커튼 소리가 들리거든 종내마 이놈아 거가 워디라고가냐

    돌아본께 죽은 할아버지가 호랭이 커튼 눈을 부릅뜨고 지팽이를 휘두르며 부르는겨

    무춤하고 있응께 지팽이루다가 등짝을 후려치며 냉큼 못나겄냐 뒤징 줄 모르구 워딜 가는 겨

     

    얼마나 잤으까 등짝을 뭐가 후려쳐 일어서 본께 당산나무에 쌓인 눈을 못 이겨 가지가 부르지며 등짝을 친겨

    등에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시상이 훤한디

    눈은 그치고 달이 떴는디 집이 가는 길이 화안하게 열렸거든

    울컥 무서운 생각이 들어 똑 주먹 강생이 거치 집으로 내달렸다는디

    종내미 갸가 요새두 당산나무 저티 가믄서는 절해가며 아이구 할아버지 헌다누만

    여우살이 : 결혼생활을 말하는 옛 우리말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결혼 생활이란 남자측을 말하는게 아니고 여자측의 결혼 생활을 말한다

    무춤(부사) : 놀라거나 어색한 느낌들어 하던 갑자기 멈추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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