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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 맹꽁이 울음소리시(詩)/송진권 2014. 9. 8. 15:02
소란스레 후두둑 막 퍼붓다가
들이붓다가 흙탕물 이뤄 떠난 것들을
따라가지 못한 물방울들이 칭얼대며
머위 잎이나 오동나무 새순에 엉긴 밤이구요
똑똑 물방울 듣는 소리 사이사이로 듣는
저 소린 분명 맹꽁이 울음소리인데요
황소가 영각을 쓰며 벽을 들이받듯
세상의 옆구릴 들이받는
이 소릴 따라 찬찬히 가보면
청솔가지 매운 연기 매캐한 집안
눈물 많은 식구 중 하나가
눈물 훔치며 뚝뚝 나뭇가질 분질러
아궁이에 불을 넣고 있을 거구요
내가 아직 뿔이 돋기 전 이도 나기 전
그저 하나의 숨이었을 때
보드라운 살덩이 하나로
살붙이들 가슴에 안겨서 들었을 이 소리 속에는
고모며 고모부며 그 고모의 아들딸들이며
마실 온 이웃 아주머니들까지 둘러앉아
감자에 소금 찍어먹으며 왁자하게 웃고 떠들며
얘기를 하고 있을 것이지요
해서 이 소리는 솥뚜껑 여는 소리를 내며
감자 익듯 긴 밤을 저 혼자 익어가서
폭신하게 익은 보름달을
둥그렇게 밀어올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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