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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청량산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맑은 물 되리
어머니 쪽진 비녀만한 은어가 되리
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
저 아득한 바다로 항해하는 수만 척의 배처럼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
가슴에 품었던 반짝이는 물 만나리
꿈처럼 이슬 머금고 핀 들꽃 만나리
나 여기 떠나 저 투명한 낙동강으로 돌아간다면
원앙이 새끼쳐나가는 저 먼 비나리 지나
명경처럼 맑은 명호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강바닥 속 은모래처럼 환히 비치는 유년의 내 얼굴 들여다보리
은어처럼 내 몸에서 나는 수박향기 맡으리
(그림 : 류건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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