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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을 넘으면 동해가 보이고
그 바닷가에 나의 옛집이 있다
나도 더러 대처에서 보란 듯이 살고 싶다
그러나 바다가 섭섭해 할까 봐
눈 오는 날에도 산을 넘고
어떤 날은 달밤에도 넘는다
속으로 서울 같은 건 복잡해서
거저 준대도 못 산다며
한사코 영을 넘는 것이다
바다도 더러 울고 싶은 날이 있는데
내가 없으면 그 짐승 같은 슬픔을 누가 거두겠냐며
시키지 않은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동해는
네가 얼마나 심심하면 그러겠냐며
남모르게 곁을 주고는 하는데
사실 나는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바람이나 나무뿌리에 묻어둔 채 영을 넘고는 한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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