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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국 - 법수치
    시(詩)/이상국 2014. 11. 26. 12:13



    법수치 웃당골에는 산만한 부처님이 사시고
    밤마다 밤일하는 부처님 거기서 나오는 법수가
    장장 구십여 리 물 안팎 것들을
    먹이고 거두며 동해로 가는데요

    때로 매봉산 느릅나무들이
    제 슬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어떤 날 밤은
    상원사 문수전이 중과 싸우고 나와
    몇날며칠 울다 가기도 하는 그곳 가서
    한 사날 죽어라고 물소리 들었습니다

    마음에 씻어낼 슬픔이 있어 간 것도 아니요
    물소리를 제대로 들을 줄 아는 나이도 아니지만
    물소리가 왜 그렇게 환장하게
    제 몸속으로 들어오던지요

    나는 그 물로 밥해 먹고
    똥누고 밑 닦고
    뒤집어써보기도 하고
    풍덩 빠져도 보며 온갖 지랄을 다 했는데
    그래 봤자 그 모든 짓이 법수치에게는
    물가의 물푸레나무 한 그루나 진배없었겠지요

    내가 죽어 이 세상에 없어도
    법수치 부처님은 밤마다 그 일을 하겠지만
    그래도 그 물 누가 다 보아버리거나
    물소리 축날까봐
    벙치매미 측은하게 우는 저녁
    어둠으로 덮어놓고 돌아왔습니다

    법수치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리 범수치계곡

    (그림 : 김길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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