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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제삿날 저녁시(詩)/이상국 2014. 4. 10. 14:10
장작을 집어넣을 때마다
불꽃들이 몸서리치며 튀어오른다
서로의 몸뚱이에 불을 붙이면서도
저렇게 태평스러운 불길들
가마솥의 물이 끓는다
뜨겁다고 끌어안고 아우성이다
저것들도 언젠가 얼음이 되리라
지난날 어머니와 내가
나란히 앉았던 아궁이 앞에
오늘은 아들과 함께
하염없이 불꽃을 바라본다
우리는 저 불꽃 속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혹은 물에서 왔을까
장작불 앞에서
술 취한 사람처럼 벌건 얼굴로
끓는 물소리를 듣고 있는데
뜬김 자욱하게 서린 부엌 안에
우리말고 또 누가 있는 것 같다(그림 : 이원진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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