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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우 -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자리이다
    시(詩)/김수우 2014. 8. 30. 00:11


     
    어느 골목이든 늘 같은 풍경이다.

    담벼락에 널린 빨래들과 모퉁이에 세워놓은 자전거, 삐뚤하게 달린 우편함, 깨진 화분

    그리고 누군가 내놓은 망가진 의자들이 함께 낡아간다.

    인간의 육신도 결국은 한 채 퇴락해가는 풍경이기 때문일까.

    조금씩 기울어가는 모습이 산부추꽃에 내린 저녁햇살만큼이나 애잔하다. 


    봄이 오는 골목길에서 마주친 한 자리의 모습은 생애를 묵묵히 살아낸 선량한 사내를 떠올린다.

    그도 고독과 자유를 선택했을까.

    민달팽이를 닮은 슬픈 등을 본다.

    비바람과 햇살에 바랜 자리의 적요.

    그 희노애락의 시간만큼 적막한 이야기들이 편안하고 깊고 당당하다.

     

    시간의 이끼가 푸르게 반짝인다. 
    낡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과거는 늘 푸르다.

    때문에 우리는 옛날을 그리워하며, 술잔을 들 때마다 고달펐던 그때가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과거에 비해 현실은 어김없이 누추하다.

    어쩌면 시간은 이전으로 흘러가면서 더 푸르고 새로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도 서로서로에게 하나의 자리이다.

    누군가에게 머물고 누군가를 머물게 하는 것.

    낡은 자리 위에 놓인 낡지 않는 추억들이 곧 우리들의 生이다.

    (그림 : 윤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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