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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우 - 하늘이 보이는 쪽창
    시(詩)/김수우 2014. 8. 29. 23:55

     


    내 유년시절은 좁다란 골목으로 이어져 있다.

    막다른 것 같으면서도, 길은 삐뚤한 담벼락을 타고 다시 꺾여 꼬불꼬불 구비진다.

    한 사람 빠듯이 지날 만한 골목길도 어디어디로 빠져나가면서 다른 길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그 일상들이 어둡고 막힌 삶이 아니라, 열린 것임을 절대 강조하듯 담벼락마다 작은 봉창들이 하나씩 걸려 있었다. 


    봄볕이 시작되어도 겨우내 쌓인 눈이 녹지 않던 응달 모퉁이.

    어느날 불현듯 민들레가 피어나고, 깨진 블록담 사이에 날아온 풀씨들이 파아랗게 싹을 내곤 했다.

    그래서인지 늘 허기가 돋던 그 골목길이 슬프지가 않았다.

    골목이 꺾이는 곳에 가로등이 물기 묻은 희망처럼 서있었다.

    우리들의 희망이 태양처럼 휘황하기보다 달빛 받은 작은 기도 같은 것임을 보여주듯. 


    때문에 나는 삶이란 어디론가 늘 열려 있다는 것을 믿으며 자랐다.

    삶이 꺾이는 곳마다 희망이 가로등처럼 서 있음도 믿었다.

    그래서 자유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랬다. 골목은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지금도 나에게 열려 있는 길이다.

    어쩌다 변두리 골목길에 들어서면 내 가슴은 구들장 온기처럼 천천히 더워진다.

    삶의 무릎에 앉은 듯한 느낌. 황폐한 시간들에 비로소 습기가 돈다.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림 : 윤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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