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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삶이 너무 무겁다고 고민하고, 어떤 이들은 가볍다고 서러워한다.같은 분량의 햇살이나 빗방울이 한 사람에게는 코끼리처럼 힘들고, 다른 이에게는 홀씨처럼 가볍다.
무겁거나 가볍거나 무게를 느끼는 건 다행이다. 그건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무게에 무심하다면 그건 읽혀지지 않은 채 낡아 먼지 속에 갇힌 책뚜껑만큼 슬픈 일.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고단한가.견디고 싶은 멀미처럼, 우리는 창을 열고 먼 산을 바라본다.
그래서 사랑은 바라보기다.
희망도 그러하다.
그 잴 수 없는 무게를 우리는 매일 재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외롭기만 하다.
그저 외로우면서도 맑은 꽃 한 송이 피워 본다.
버려진 쇳덩이 속에서 햇빛을 짤랑거리며 핀 냉이꽃.우리의 삶도, 죽음도, 사랑도 꼭 저만큼 숭고하고 경건했으면 좋겠다.
(그림 : 이현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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