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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에서
출발 기적은 언제나
흔들림이었다
제각기 살아가는 부피만큼
무거운 보따리를 들쳐이고 휘청이며
한 떼거리의 사람들이 타고 내리면
겨우 두어량의 몸체조차 힘겨운 듯
부르르 몸살처럼 고단한 기적이 울고
둔탁하게 덜컹이는 창밖으론
누렇게 바랜 깨꽃 몇 송이
짠바람에 절은 머리를
따라 흔들고 있었다
탈진한 가슴을 풀어 헤치고
길게 나자빠진 염전 뻘밭
일그러진 수레 자국처럼
더러는 녹슬고 휘어졌어도
길은 자꾸만 이어져 멀고 먼데
다시 돌아오기도 전에
뒤에 남은 몇몇은 또 쓰러지고
흔들리는 세월에 실려
흔들리지 않고
그 언제쯤
고요한 종착역에 닿을 수 있을까(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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